[엄마가 뿔났다] 지난주말 이야기

지난 주말분의 드라마를 보며 사실 조금 엄마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동안 동생네는 드라마에서처럼 "도우미(?)" 취급을 한 전력이 있어서 올 봄에 한바탕 집안에 난리가 났었기에 엄마와 같이 드라마를 보는게 편하지 않았다. 물론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나 또한 동생네와 다르지 않기에 말이다. 그러면서 생각을 해보니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뭔가 의무를 강요하고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에 가슴이 뜨끔했다. 사실 나 스스로도 동생이 조카들 때문에 힘들어할 때 이모로써 조카를 봐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동생내외 태도에 울분을 토로하지 않았던가. 엄마도 마찬가지인 것을 나는 이해하지 '않았'고('못했'고가 아니다) 나만이 의식이 있는 지성인이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한 것이다.

어제 저녁의 드라마 속 엄마(한자)는 드디어 독립을 감행했고 1년간 혼자서 지낼 원룸을 남편과 같이 골라 계약을 하고 소소한 살림을 장만해서 이사를 나갔다. 수십년간 그녀의 고된 시집살이를 결혼도 않하고 아무런 의무가 없었던 내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녀의 그러한 우울과 허무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휴가에 왜 남편이 동행하지 못하는가이다. 남편은 원하나 부인은 거절한다. 여러가지로 생각해봐도 저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펄펄 뛰는 자식들의 과민반응을 보며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가 되나 엄마가 원하면 지원하고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고, 시누이의 가시돋힌 비꼼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을 만 했다. 물론 주인공 엄마는 그런 친구이자 시누이를 무시하고 '니가 뭘 알겠느냐' 식의 깔봄으로 일관하지만 사실 시누이의 태도는 당연하기도 하다. 내 아버지, 내 오빠를 등지고, 단기간이라 해도 말이다, 혼자 1년간의 휴가를 다녀온다고 하는데, 그간이 시간이 본인은 너무도 힘들었다고 하는데 배신감 느끼지 않을 식구가 누가 있을까. 물론 자기반성이 먼저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은근 첩을 둔 남편들도 많고 불륜이나 사생아 등의 문제들이 많았는데(사실 어디에나 많다) 성실하고 강직한 시아버지와 부인을 끔찍히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에게 조금은 과한 것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표준이라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느낌이나 생각이 내 행동에 대한 판단기준이 될 수도 없다. 다른 엄마들이 그리 살기에 그리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생각이나 행동이 남과 다르다고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혼자 살고 싶다면 이혼을 하고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상식으로는 부부라면 1년동안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별거를 의미한다. 자신만의 시간은 항상 필요한 것이다. 물론 우리 어머니들이 그런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도 하겠고 환경 또한 쉽지 않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주인공인 한자의 케릭터라면 중간중간 그러한 요구를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녀의 느닷없는 요구에 나 또한 당황스럽다. 물론 자식들 출가시키고 그동안 공사다망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일주일, 또는 한달간의 시간을 못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원했다면 말이다.

사실 내가 결혼생활에 대해서, 시집살이에 대해서, 시댁식구들에 대해서, 육아나 교육에 대해서 뭘 알겠냐마는 사람 사는 것은 언제나 상식이라는 것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인 생각들을 한다고 가정하면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도 모두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유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내가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EBS에서 잠깐 스치듯이 본 어느 부부들이 일주일 아내에게 "결혼안식휴가"라는 것을 주어 여행을 떠나게 하고 그동안 남편은 아이들 육아와 집안일을 해나가는 것을 보여줬다. 그들 부부는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육아를 아내에게 떠맡기고 집안일을 수동적으로 도우며(?) 생활을 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나 또한 내 동생내외나 주위의 다른 부부들을 보며 아직도 여성들이 많은 불평등한 처우나 대접을 받는다는 것에 참으로 많은 좌절감을 느낀다. 왜 각 개인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가 아닌 그들의 역할로써만 의무나 짐을 지우려고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특히 육아에 대해서 남편들의 무관심이나 이기적인 개입은 정말 씁쓸한 미래를 그려지게 한다. 미국인 친구중 한명이 그의 아이들이 태어날 때 본인이 간난아이를 돌보고 부인의 산바라지를 해준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으로써 감동을 받기까지 했다. 당연한 이야기가 이처럼 감동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이라서 그럴 것이다. 남편들이 부인의 산바라지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이 되지 않으며 보수적인 한국 남자들의 태도는 아무리 부인들을 사랑한다고 해도 한계를 언제나 그어 놓는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모두 친정엄마들의 몫이다. 성인남녀가 결혼이라는 성인식을 거치고 또 다른 생명을 만들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연하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이것을 바꾸려고 한다면 참으로 많은 것을 손대야한다. 우리의 교육, 경제구조, 근로조건, 복지시스템 등 많은 부분이 이를 뒷받침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이 좀 더 독립적이고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지도자(?)들이 좀 더 청렴하고 투명하고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치에 그리 민감하지 않고 조금 무관심해도 그다지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생기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고 얼마의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수신재가 치국평천하라고 했지만 우리의 가정사보다 지금은 나라가 더 걱정스런 판국이다. 하지만 모든 것의 근간은 나 개인과 가정이다. 그릇한 의사결정과 바람직하지 않은 가정교육, 기계처럼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한다든지, 또는 결혼을 했으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든지 하는 의식없는 행동들은 자제가 필요하고 숙고되어야 한다.

나처럼 결혼도 하지 않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물론 아이도 없고 경제적인 능력도 그닥 훌륭하지 않고 의식도 없이 살고 있는 내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등의 행위는 옳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의 시작은 관심이라고 했다. 이 관심이 모든 행동을 만든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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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 2008/07/21 18:58 | Mutter(푸념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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