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리다


해야 할 말이 있어
하고 싶은 말이겠지
뭐가 달라
달라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어
그건 네 사정이지
들어줘
그건 내 사정이야
해야 할 말은 끝내 지워지고
하고 싶은 말만 돌진해온다

통증에 집중하다 중얼거리다

통증에 집중하다

오랜 통증은 통증답지 않게 말랑하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해 기능한다
장기(臟器)답게 일하고
티나지 않게 근속한다
무방비한 때, 선명했던 원인을 잊고
드문드문 강력하게 고통받는다

잦은 습진으로 벌어지는 살갗에
소금같은 열등감이 저며지고
푸드득 몸을 비튼다
무능력하게 성실한 몸은
잠을 잊고 내게 집중한다

가족 하루건너기

한국에서는 경제력을 갖추어서 가부장적인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무능력자인 나는 그러지를 못했다. 아들딸 차별 과 유무형의 폭력 아래 자랐고 그저 분했지만 그것을 바꿀 힘은 없었다. 어릴 때는 나름 장녀로써의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은 장녀로써의 책임감 부여의 제스춰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나는 아팠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가족 내의 교육은 없었지만 우리 형제는 눈치로 배우며 성장했다. 성인이 된 후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 가정에서 이리 정상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 아니냐며. 하지만 나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으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괴로워했다. 지나치게 타인의 느낌을 살피고 빨리 느끼고 하물며 그들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의미까지도 서둘러 느끼게 되어 먼저 벽을 쌓고 경계하며 거리를 확보했다. 사회생활을 위한 나의 가면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문제는 매우 심각함을 느낀다. 관계맺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상호적이지만 선후적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사소한 부탁조차 전혀 하지 못하는 지나치게 허약하고 조그만 거절의 제스춰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약한 인간으로 나이들고 있다. 그것이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건 스스로 방어하고 그저 거리두기였던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타인들의 나에 대한 평가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좋은 사람에 대한 관계집착은 없지 않은 듯 하다. 

부모님 세대 대부분이 그렇듯이 아들바라기신데 이 부분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포기하면 편한데 나도 똑같은 자식인데 왜, 라는 의문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포기도 아니고 집착도 아니고 뭐가 뭔지 모르는 감정이 계속 남아 있고 사소한 것에 폭발하기도 한다. 물론 인권개념 전혀 없는 노인네한테 대접을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간혹 다른 식구들에(아들 그리고 결혼한 다른 여자 형제) 비해 함부로 다뤄질 때 참지못하고 뛰쳐나오곤 한다. 늘 그렇듯 엄마 탓도 해보지만 결국은 내 열등감이고 자격지심이겠지로 마무리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만날 수 없으니까. 엄마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장녀인 나는 이러한 관계 안에서도 엄마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다른 가족은 어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으니...... 고생스러운 시간을 함껴 견뎠다고 혼자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프고 서러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동년배의 여자들이 그렇듯 배운 것도 없고 젊어 상경하여 수많은 고생을 하고 가족을 일구고 나이들어 가면서 젊어서의 총기와 합리성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 그래서 꼰대라고 표현되는 그 부류로 던져넣어진다는 것, 나도 점점 그리 되어가겠지라는 생각도 한다. 대화가 많지 않은 가족이라 대화는 점점 요원하고 하면 다툼이 많고 서로 상처주고 그러면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족공동체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혈연의 관계만이 가족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사람과 결혼하여 만든 가정은 없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거다. 해결할 수 없는 나의 문제와 가족관계, 이제 놓을 것은 놓고 싶다. 여전히 부모님께 여러가지 혜택을 받는 입장에서 우스운 말이긴 한데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힘을 쓰고 상처받는 일은 그만둬야 맞는 일이니까. 

울 우다다다가 생을 마치는 때, 나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같이 살고 나중에 같이 끝낼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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